봄봄봄.
온몸으로 만끽하고도 모자람이 없는 가득 찬 햇살 덕에
겨우내 참아온 나무눈은 어느새 털옷을 벗어던지고 꽃을 피웠다.
목도리 없이도 바람을 맞이 할 수 있다는 것은,
봄이 왔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만연한 봄은 아닐 지라도 겨울은 지나갔다는 것을
솔솔 부는 봄의 입김을 통해 느꼈다.
뼛속까지 스미는 게 아닌, 살결을 사알짝 서늘히 스치는 이른 봄바람, 그리고 넘치는 햇살.
오늘은 전철까지 걸어가는 길이, 왜 영화에서 롱테이크 아웃으로-
내가 걷는 모습에서 천천히 포커스를 옮기며 나와 내 주변, 그리고 저 넓은 거리로-
봄을 즐기려 나온 사람들로 조금은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서서히 반짝이는 햇살의 하늘을 비추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그런 장면처럼 느껴졌다.
카메라에 담기에 이처럼 좋은 날이 그지 없다.
아- 바다로 달려가고 싶은 날인걸.
하늘과 햇살이 투영되어 함께 만들어진 필터는 오늘의 바다를 어떤 색으로 그리고 있을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