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이대로 집으로 가기 아쉬운 때엔 이자카야 가는 것을 좋아했다.
에다마메만 있어도 사케가 홀짝거려지고,
적은 분량이라도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걸 즐기는 난,
이자카야나 타파스바를 선호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부른 배에 왠지 곧장 집에 가기 싫어 정처없이 길을 떠돌다 발견한 작은 라멘집.
크지 않은 가게 규모가 맘에 들었고,
비가 오려는 지 제법 기온이 내려간 탓에 아늑한 주황 불빛에 더 이끌렸다.
가게 한구석 다찌 쪽에 자리 잡고 가게를 둘러봤다.
아무래도 라멘이 주 종목인 집이라 그런지 늦은 시간임에도 라멘을 먹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리웠던 위스키 하이볼로 일단 주문했다.
기대와는 달리 조금 맛이 달랐다.
진저비어를 섞은 듯 했다.
아무렴어때, 그래도 위스키 하이볼이라고 나와있었으니-
그리고 추억을 마신다.
냉동고에서 칠링 된 잔에 담아주는 맥주.
아- 이런 서비스 한국 같잖아.
그리워지잖아.
갑자기 이 곳이 더 살뜰하게 느껴져버렸다.
큐피짱 마요네즈 간판이 보인다.
저거 내가 젤 좋아하는 마요네즈인데- 하며
쓸데없는 우연의 일치를 가장해본다.
배가 부른 탓에 라멘은 생략하고 주문한 챠슈덮밥.
내가 상상한 챠슈의 비주얼이 아니라 약간 실망했는데-
(왜에 라멘에 올려주는 비주얼로 하얀쌀밥 위에 올려진 그 걸 상상했었던 터라)
소스가 짜도 짜도 너무 짜다.
한 입 먹으면 절로 눈이 찡긋해질 정도니.
아- 모든 분위기는 만족스러운데, 음식과 하이볼의 맛은 뭔가 동떨이진다.
괜시리 그리움만 커져버렸다.
안타깝지만-
그래도 언젠가 괜찮은 곳을 뜻하지 않게 만날지도 모른다고-
맘을 다독이며 가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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