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괜찮은 집을 알게 되다니.
운좋게 같이 갔던 지인들 덕분이다.
가게는 지인들을 따라간다고 정확한 위치가 헷갈린다.
옷도 팔고, 구두도 파는 상점을 지나 열씨미 계속 걸었는데,
주택가로 들어서는 쪽으로 약간 가다보면 나온다.
주택을 개조한 것 같은 까페.
골동품처럼 보이는 것들이 선반에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저기 창문 위에 그림은 이 곳 사장님이 상상하는 미래의 까페모습이란다.
요날도 뚝딱뚝딱 바깥에서 열씨미 손질하고 계셨다.
오늘도 역시 바테이블에 주르륵 앉았다.
주방이랑 계산대가 훤히 보인다.
뭔가 정리된 느낌보다는 정말 어디 아는 지인집에 놀러온 듯한 기분.
저기 보이는 문이 메인 입구.
원두를 담았던 포대도 벽에 걸려져 있다.
드디어 커피를 마시는 시간.
이 집은 핸드드립이 전문이다.
먼저 취향에 따라 원두를 고르면 되는데,
때때로 좋은 원두가 들어올 때는 추천도 해주시고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신다.
이름도 굉장히 예뻤는데,
쿠바 크리스탈 마운틴이랑 하라 골드, 마타리, 말라위
요렇게 택했다.
요렇게 이동가능한 커피바가 있더라능.
핸드드립 그냥 부으면 될 것 같았는데, 역시 전문가는 다른 듯.
머핀처럼 잔뜩 부풀어 오르다가 사그라들었다.
향도 도처에 진동을 하고.
커피향이 공기층에 촘촘히 박혔다.
어떤 알갱이는 내 콧속으로 들어와 황홀하게 춤추는 듯.
어떤 건 다크 초콜렛 같고, 어떤 건 건조한 흙내음이 나고, 어떤 건 꽃향기도 살짝 나고.
원두의 세계도 와인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우려낸 건 저기에 놓으면 잔액이 흘러가게끔 만들어진 듯.
저것도 왠지 직접 만든 것 같은데.
이동가능한 바라 핸드드립을 주문한 손님 자리 옆에 끌고가서 직접 드리핑을 보여주고
손님은 바로 그 향을 맡으니 참 괜찮은 것 같다.
그리고 음악.
손으로 직접 돌리는 턴테이블을 보긴 첨이다.
아직도 사용가능하냐고 하니 직접 시연까지.
잡음이 붕붕거리는 오래된 턴테이블의 연주에
아무말도 필요없이 모든 감각을 귀로 집중하기 위해서 눈이 저절로 감긴다.
또 다른 턴테이블이 하나 더 있었는데, 요날은 갑자기 작동이 안되서
빌리 할리데이 곡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아이폰으로 들려주시는 노력까지.
그냥 옆사람에게 빌리할리데이 얘기를 했을 뿐인데, 언제 들으시고
i'm a fool to want you를 틀어주신다.
커피를 좋아하는 내 친구들이랑도 꼭 같이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