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을 현상하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
가장 의외의 사진.
아주 어지럽고 산만하고, 깨끗치 못한 장소였다.
힘겹게 핀 것 같아 안쓰러울 정도로.
하지만, 역시- 꽃은 꽃인가보다.
주변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렇게 당당히 아름다우니.
갑자기 서정주님의 국화 옆에서란 시구절이 떠올랐다.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난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향기를 머금을 수 있을까-
가을에 피는 국화꽃을 위해 소쩍새는 봄부터 울었댔지만,
나는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과연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아직 해답을 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언젠가 선택을 했을 때-
멈추지 않을, 포기하지 않을 희망을 원한다.
느림보걸음이지만 계속 가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
먼 훗날,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의 향기에 감동 받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