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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hemian rhapsody

좀 더 가까이

무더운 여름이다.
담요라도 덮어놓은 것처럼 답답한 공기층에서 언제쯤 해방될 수 있을까-

눈을 감고 상상속의 피피섬을 떠올려보기.
아니면 친구의 사진첩에서 보았던, 이름모를 쿠바의 어느 해변의
하얀 모래가 그대로 비치는 에메랄드빛 초록바다와 시원한 웃음소리를.

그래도 더위지면...수영장에 풍덩 빠져버리기.

지나가는 길에 보여진 가로수 아래 들꽃.
이 여름의 더위에 더 힘을 얻어 생생한 풀색이 더욱 파릇파릇해졌다. 

그리고 분홍꽃들.


접사기능이란 거 참 좋은 것 같다.
처음으로 외삼촌께 디카를 선물받았을 때-
신나서 기능별로 메뉴를 돌려 이 사진 저 사진 찍다가, 접사기능을 알게 되었고,
얼마만큼 다가갈 수 있는 지 몇번이고 다가가 찍어대곤 했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나, 음식사진을 주로 찍던 나에게
접사가 새롭게 다가온 건,
어느 겨울날, 앙상한 나무아래 쬐끄맣게 돋아난 이름모를 초록풀잎들에게서 였다.
무심코 접사로 찍어둔 것이었는데, 
줄곳 잊고 지냈다가 몇 주일이 지났고, 사진정리 할겸 우연히 컴터 화면에서 다시보게 되었는데,
별것아닌 풀잎이 어찌나 예쁜지, 그리고 어찌나 새록새록 힘이 느껴지는 지.

그렇게 그날, 겨울안에서 봄을 찾았다. 

어쩌면 그냥 스쳤을 지도 모를 것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
접사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좋다.
스쳐지나가는 것을 잡을 수 있어서, 더 자세히 하나도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진짜 너를 볼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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