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았고, 사실 가보고 싶지도 않았고(홍콩은 글쎄, 홍콩빼고!!)
그 곳에서 유학했던 친구들의 소름돋는 괴담 때문에 언제나 여행지 순위에선 제외되던 곳이 중국이란 곳이였다.
하지만 이 곳에 와서, 처음 영어수업을 들으러 갔을때 활짝 웃으며 반겨주며 먼저 말걸어주었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도 귀여운, 생긴것도 앳되고 귀여운 중국인 ㅊㅊ이였다.
처음 만났을때, 적극적으로 말걸고 다가와서 나도 모르게 반대로 소극적이게 되었는데,
난생처음 중국인과 이야기 하고 만난 거이기도 했지만, 내 머릿속에 약간은 중국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미국이란 곳에 오니,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나보다 먼저 와서 중국인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다른 한국친구 때문인지,
중국인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는데,
주로 수업을 마치면 딱 배고파지는 점심시간이여서 늘 근처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 게 다였다.
그런데 이날은 수업중에 ㅊㅊ이 다른 중국인친구ㅅㄹ네 집에가서 점심을 먹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는 거다.
어차피 난 운전도 못하는 처지이니 어디든 따라가자는 생각으로 "응!!" 하고 대답했는데,
아직 ㅅㄹ랑 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얼굴을 본게 다고 진지한 대화조차 나눠보지 못한 상황에서
나를 초대해준게 한편으로는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하여 함께하게된 ㅅㄹ네 아파트에서의 런치.
뜬금없이 웬 미소된장?
한국인 친구가 일본에서 수년간 살아서 그런지 일식요리도 잘 하는데,
이 친구는 이 날 미소된장국이랑 코코넛치킨요리를 해준다고 했다.
(이 곳에서 구할 수 있는 그나마 괜찮은 제품인 것 같아서 다음에 나도 구입할 생각으로 사진 찍음!!)
ㅊㅊ이 만든 마파두부요리.
ㅊㅊ은 사천에서 온 사람답게 스파이시한 요리를 좋아하는데 마파두부요리가 사천의 대표적인 요리중에 하나란다.
특유의 그 중국의 향신료 맛이 나면서 꽤 맛있었다. 한국에서 먹었던 마파두부랑은 또 다른 맛!!
뭘 넣었을까 궁금해서 물어보니 검은콩 소스라고 말했는데, 두반장을 말하나보다.
난 급하게 크런치 쉬림프 롤을 마트에서 사서 갔다;; 좀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의 키친을 쓴다는게 익숙치 않고 갑자기 뭔가 요리를 하려니 소스가 다 있을지도 모르겠고, 음식도 입맛에 맞을 지도 모르겠고, 이러한 생각들로 막상 떠오르지가 않아서. 헤헤
요건 ㅅㄹ가 만든 중국식 스타일 삼겹볶음 요리.
tv화면으로만 보던 커다란 중국식 네모난 칼을 들고 통삼겹을 얇디얇게 자르는 모습, 치킨 다리살을 툭툭 잘라내는 모습, 모든게 다 인상적이였다.
요리잘한다는 주변사람들 얘기도 있어서 그런지 점심식사가 점점 기대되었다.
밥이랑 미소된장국도 차려졌다.
미소된장국 위에 있는 치킨요리가 코코넛소스에 마리네이드해서 구운 것.
저기 볼에 담긴 음식이, ㅅㄹ가 야심차게 만든 치킨 다리살 요리인데,
감자랑 양파, 파프리카 등이 들어가서 재료는 뭔가 익숙했지만, 맛은 확연히 다른, 중국 특유의 향신료 맛이나는 맛있는 요리였다.
호기심많은 나는 또 뭘넣었냐고 물어봤더니,
스타아니스랑 시나몬스틱을 넣었다고 했다.
아, 그 맛이구나.
이날 먹은 건 american chinese 음식이 아닌 real chinese 홈메이드 음식이다.
느끼하다고 생각했던 중국요리의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
역시 뭐든 경험해보는게 중요해.
배부르게 먹고, 디저트로 요거트 줘서 먹고,
레몬허니티도 준다는데 도저히 배불러서 먹을 수가 없었다.
즐겁고 맛있고 푸짐했던 점심식사.
식후에 젠가를 하자는 얘기가 나와서 다들 거실에 모였는데,
박스를 열더니 요런 캔디들이랑 (호박씨 같이 보이는)다양한 색들의 씨가 잔뜩.
하나 골라보라고 해서,
난 요걸 골랐다.
저기 보이는 한자가 '소- 우'니깐 뭔가 우유맛이겠지 하고 멋대로 추측했다. (여기서 내 한자실력이 들통나버렸군)
껍질을 벗겼더니 뭔가 하얀막이 다시 보여서 그것도 벗기려니 잘 안되서 혼자 낑낑댔더니, ㅅㄹ가 그거 다 같이 먹는거라고 그런다;; 첨보는거라 난 속껍질인줄 알았는데 얇은 설탕막이라고 그런다- 캔디는 우유와 땅콩맛이 났다. ^^
이러한 우스운 작은 헤프닝도 있었고,
올만에 하는 젠가, 은근 잼있었다.
다들 다른사람 순서에는 그만 쓰러트려줘-하고 외치면서도
자신의 순서가 오면 숨죽이며 심각하게 초집중!!ㅎㅎㅎ
29번째 순서를 넘기고 결국 승부가 나지않아 남겨둔채로 다같이 나왔다.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하여.
아- 뜻밖의 정말 신나던 날이였다.
한국인, 중국인, 미국인 이렇게 나뉘는게 아니라 우린 똑같은 사람이라는거.
그리고 개개인의 인격이 중요한거지 인종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또다른 값진 날을 보낸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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