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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mind

반성과 변명

우연히 블로그 검색을 통해 들어간 곳에서 어떤 글을 읽게 되었는데, 왜 읽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은 관계없는 사람이 주저리주저리 쓴 글은 무시하고 내가 찾는 정보에만 집중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모르게 글을 읽게 되었다.

글쓴이의 인간관계 맺는 법에 대한 고찰같은 글이였는데,

글쓴이는,

친해진 사람에게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좋아하며, 거짓으로 대하는 게 가장 싫고

자신과 인간관계를 맺고 싶으면 다른 것보다도 무조건 솔직해야 한다는 내용이였다.

그리고 아부와 아양떠는 사람도 싫고, 거짓으로 대하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타입이 아니면 그 사람과 더 친해지기 전에 인연의 끈을 놓는다는 글이였다.

 

그 글을 읽고난 뒤,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나는 얼마나 타인에게 솔직했는 가에 대한 반성과 변명을 해보려한다.

 

나는 타인을 대할 때 솔직함의 범위, 정도가 있다.

내가 무조건 솔직하게 대하는 사람은 아마도 극소수일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으로 대한 적은 없다. 다만 예의를 지키는 거다. 그리고 굳이 안해도 될 말은 하지 않는 것. 그건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야할 말이라면 상대방의 진심과 의리와 상황을 판단해서 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서이다.

 

물론 이런면에서 나는 쉬운 사람은 아니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난 내 속을 잘 열어보이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하지만 어떤 방면에서는- 예를 들어, 주제가 타인과 관계없는 사물을 표현할때- 너무나도 감정에 충실하게 솔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때때로 감성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과의 일상적인 대화는 충분히 솔직함을 반영해서 대하겠지만,

내 깊숙한 부분까지 무조건 오픈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충분한 시간을 함께하고 많은 대화를 나눈 후에야 그게 가능해진다.

그런데 그 전까지는 그러한 내가 거짓으로 사람을 대하는 걸까? 솔직하지 않은 걸까?

 

글쓴이의 솔직해야 함과 거짓의 범위를 난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인연을 끊는 행위도 지독히 이기적이다. 인연은 서로가 만들어가는 건데 어째서 혼자서 끊어버리는 걸까.

그렇게 끊어진 사람들이 만약 아무렇지 않았다면 다행이지만 여전히 글쓴이를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나랑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글에 분개하는 걸까.

그건 아마도 나도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나도 모르게 잊혀진 인연, 내 잘못으로 멀어진 인연, 어느정도의 관계 유지만 하는 인연, 절친한 인연들이 존재하기 때문인것 같다.

그리고 내가 글쓴이가 싫어한다는 부류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속을 알수없다는 건 나를 아직 잘 모른다는 것 뿐, 나를 아는 사람은 내 생각과 행동을 대부분 예측한다.

 

모든 사람에게 100퍼센트 솔직해질 수는 없다. 

그리고 사람이기에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다.

그 사람과 난 자라난 환경도 다르고 생각하는 우리의 뇌도 다른데, 타인에게 나와 똑같은 양의 솔직함을 요구하는 건 자기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간관계가 서툴어 혹은 상대방이 기분 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모든 자신의 생각을 그 자체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어린시절, 엄격한 부모님 아래, 항상 타인을 배려해라는 말을 듣고, 그런 성향으로 자라 형성된 인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너는 네 기분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모르는 구나. 너는 솔직하지 않아. 난 너와 친구하지 않을래.' 한다면 그건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아직 그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한 네 무지를 무시한채로.

하지만 그 사람의 어린시절과 자라온 환경을 어찌 다 알 수 있겠냐고? 그건 불가능하지 않는가? 그렇다. 다 알 수 없다.

그래서 그 사람을 그냥 너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그 사람 자체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 그러한 배려가 필요하다.

물론 성격이 정말 안맞으면 친구가 되기 힘들거다. 그렇지만,

솔직함이라는게 중요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솔직해져야 하는가의 판단 기준은 어렵다.

 

내 친구들 중에는 너무 편해서 때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함부로 말하고 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식으로 대할 때 너무나 속상했지만,

내 속상함보다도 그 사람이 내 불평에 서운해 할 것이 걱정되어 선뜻 얘기하지 못했다.

물론 그 사람이 어떤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건지 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아마도 이렇게 행동해도 괜찮을 거야-란 판단 아래 그렇게 행동했을 거란 추측은 가능하다.

여기서 문제는 둘 모두에게 있다. 그런 행동에 기분이 나빠도 가만히 있었던 내 행동도 문제고,

넘 편하다고 예의 없는 또는 선을 넘은 그 사람의 행동도 문제다.

내가 그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더 좋게 유지하고 싶으면 이야기 해야 할것이고,

그 사람도 받아들이고 행동을 고쳐야 할 것이다.

그 순간 솔직함이 필요한 거라고.

그리고 그것이 서로에게 받아들여졌을 때, 인간관계는 한단계 더 깊어질 것이다.

 

어느 누군가에게 솔직함이 쉬운건 아니다.

그냥 아름다움을 아름답다 표현하고, 좋은것을 좋다고 표현하는 솔직함은 쉬울지라도,

타인과 관계맺음에서 비롯되는 솔직함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되야 한다는 거.

그래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는 거.

그래서 솔직함이 어려운거다. 적어도 나에게는. 

나에게 주어진 인간관계를 거짓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이다.

 

글쓴이의 생각을 존종하지만 나의 생각은 이렇다.

상대방의 솔직함의 정도를 네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인연을 끊는 건 옳지 않으며,

최소한 상대방에게 변론의 기회쯤은 줘야 하지 않을 까.

(인연의 맺고 끊음에 대한 상대방의 생각이 너와 동일 하지 않을 때 만큼은 말이다. 슬그머니 잊혀질 인연이라면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나도 그리고 너도.

그리고 우리는 서로 다르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며,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시간도.

솔직함이 정말 필요할때 솔직할 수 있는 용기도. 

그리고 적어도 타인을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려는 노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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