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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mind

봄이 지나가다.



어느 때부턴가 계절의 순간순간이 다양하고도 미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어렷을 적엔 내 생일이 있는 가을을 제일 좋아했지만,

지금은 어느 계절을 제일로 꼽냐고 물으면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 계절 각자의 느낌은 확연히 달라서 기준이 서지 않았다.


봄은 마치 갓 화장을 한 소녀의 얼굴처럼 순수하면서도 화사하게 다가왔고,

여름은 열정이 넘치는 스포츠 선수처럼,

가을은 아름답게 성숙한 여인처럼,  

겨울은, 겨울은, 아직도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싫진 않다.

겨울은 여름과 둘중에 어느 계절이 더 싫은 가 저울질 하던 계절 중에 하나였고,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겐 시린 공기의 촉감만으로도 으스스 떨렸지만,

겨울이 있기에, 따뜻한 노란방에서의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계절의 변화는 아쉬움과 설레임의 두 얼굴을 항상 보여주는데,

이 계절을 지금 즐기지 않으면 지나가버린 계절에게 더 아쉬움만 남으니깐-  

이젠 계절의 얼굴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소중히 하고 싶다.


참, 튤립은 봄의 꽃이란 얘기를 들었다.

어쩐지 가게의 꽃 코너에 갯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싶었더니.


그래서 튤립을 샀다.

예전에는 꽃을 사는 건 실용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실용적'이란 말의 정의를 조금 바꾸었다.

꽃을 사는 것으로 인해 나의 경제적인 물질성은 줄어졌다 하더라도

꽃을 바라보는 내 눈이 즐겁고, 그로 인해 소리없이 미소가 입가에 지어지는 것은-

얇아진 내 지갑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비물질적인 가치가 생겨나므로.

기회비용을 따졌을 때도 훨씬 낫다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꽃은 언젠가 시든다.

시든 꽃은 더이상 예전같은 기쁨을 나에게 선사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은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

처음엔 그것이 싫었지만,

이젠 마음을 바꿔보기로 했다.

모든 것을 안고 있으려고 했던 내 마음.

쉽게 버리지 못하고, 항상 마음에 짊어져있던 것.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씩 그 마음을 배워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꽃으로부터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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