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가 북극 날씨 만큼이나 춥다고 한다.
일기예보에서는 밖에서 피부가 5-10분간 노출되면 동상에 걸린다고 한다.
영화 'Home alone' 처럼 어쩌다 나혼자 남겨진 텅빈 집에
수도꼭지를 약하게 틀어놓고, 보일러는 평소보다 약간 올려뒀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고요한 공기에 쉼없이 노크를 해댄다.
어제도, 오늘도, 한 발자욱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학교도 이틀째 휴교 중이라 나가야 하는 목적을 상실했다.
하지만 이 추위를 물리치고 핫초콜릿을 사 먹으러 나가고 싶다.
하지마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니까.
숙제도 끝내버렸고,
넷플릭스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더이상 보고싶은 게 없다.
화면도 스피커도 모두 꺼버렸다.
고요의 찰나는 불현듯 엄습했나 싶더니,
모든게 멈춰진 끝을 가로지르는 소리.
톡 톡 또옥 톡.
아- 거슬린다.
문득 눈에 띄인 민트색 낙서장을 읽다가,
서랍장에서 아크릴 물감을 꺼냈다.
그리고 다시 오래된 서랍장을 하나하나 뒤졌다.
예전 아이폰.
켜지지 않는 폰을 한참이나 기다려서 드디어드디어 살려냈다.
음악.
내 음악들.
오래된 헤드폰을 다시 찾아낸다.
핑크색 귀마개 부분이 이제는 가슬가슬 헤져버린, 그래도 내 보물 2호.
앨범을 찾아 누른다.
그 음악 속에 파묻혀서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잔에는 보랏빛 액체가 담겨져 있다.
어쩔수가 없는 걸.
갑자기
이 순간이 정말 좋아졌다.
정말정말.
이 순간.
이 순간.
지금.
이 음악,
그리고 나의 완전한 밤.
따뜻한 북극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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