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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hemian rhapsody

closed



목요일.

3일만에 다시 나온 세상.

여전히 모자 속 이마가 아리고,

장갑 속 손끝은 시렸다.


그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안단테에서 모데라토, 어느새 알레그레토.


이윽고 다다른 그 곳에서 나를 맞은 건,


따스한 노란방이 아니라 굳게 닫힌 문 

그리고 'CLOSED'.


아뿔사. 


생각지도 못했다.

나만 움직이면 언제든 열려 있을 줄 알았던 거다.

극한을 날씨를 뚫고 왔지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가차없이 꺾인 희망과 기대는 굴뚝 밖의 연기처럼 차가운 공기 속으로 흩어져갔다.


방금전까진 이 곳에서 마실 따뜻하고도 고소한 라떼를 상상하며 입꼬리가 저만치 올라갔는데.

지금은 속상한 마음만 한가득.

인생이란 이런걸까.

숨이 차도록 뛰었지만 저만치 멀어져 가는 기차는 더이상 따라잡을 수 없고, 

홀로 남겨진 플랫폼에서 어찌해야 할 지 모를 그런 순간. 

최선을 다해도 내가 바랐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순간들.

전하고 싶지만 전하지 못한 말들.

후회와 회한이 뒤섞여 범벅이 된 순간들.

어제는 웃었지만

오늘은 울고싶은 순간.



하지만- 

포기하기 싫다.

여기까지 왔잖아. 


다행히 열려있는 집을 찾았고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새삼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내맘대로 안되는 건 참 많고,

기쁜 순간이 있으면 반드시 슬픈 순간도 공존하는 이 인생에 대해.


욕심쟁이인 난

그래도 다시 용기를 낼 꺼고.

그래서 아포가토를 주문했다.


인생의 씁쓸함도, 인생의 달달함도

여기 이 한 잔에 담겨있다.


주문을 받는 직원이 의아스레 쳐다본다.

'왜, 북극에서는 아이스크림 즐기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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