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에 나도 모르게,
순간적인 충동에 이끌려
헐레벌떡 코트만 걸친 채- 우산 하나 카메라 하나 들고 집 앞으로 나왔다.
타다닥 타다닥 떨어지는 소리,
슬리퍼 사이로 드러난 내 발등 위로 스미는 빗물,
오늘은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운동화를 적시던 질퍽거림과는 다른 청량한 차가움.
거추장스러운 신발따위 벗어버리고
맨발인 채로도 충분 할 것 같아.
카메라만 없었으면 이대로 우산같은 건 접어버렸을텐데.
톡톡거리는 이 비를 담고 싶다.
갑자기 그날 밤, 그 높은 곳 벚꽃길이 떠올랐다.
오늘같은 날,
그 꼭대기 한가운데는 자욱한 안개로 가득할거다.
아무리 사방을 둘러보아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하얗고 불투명한 연기처럼.
그리고 아마도 난,
그 사이로 뭉개뭉개 솟아 하늘을 날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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