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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mind

Anthony Bourdain


뉴스기사를 읽다가 내 눈을 의심했다.

미국에 살고 있으니 한국에 살았다면 별로 관심없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Kate Spade가 자살했다는 타이틀이였다.

순간 내가 해석을 제대로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두번 세번 다시 읽어도 자살했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내가 읽은 뉴스기사에선 자살이유에 대해서 언급이 없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개인적인 사정으로 우울증이 심했다고 한다.

얼마나 우울증이 심하면, 그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을까.

브랜드가치도 엄청나고 물질적으론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다는 아니라는 건 분명한 건가 보다.

그런데 나에게 더 충격적이 였던 뉴스는, 그로부터 몇일 지나지 않아 Anthony Bourdain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였다.

지하철에서 핸드폰 스크롤을 내리며 괜찮은 타이틀을 고르고 있었는 데, 또다시 난 내 눈을 깜빡거리고 초점을 다시 맞췄다.

뭐라고..뭐야- 이게 진짜인 거 맞아.

말도 안된다. 정말 왜. 이유가 뭐야.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미국 오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람인데, 워낙 여행, 맛집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 분의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고,

프로그램을 보면서 솔직함과 진실성이 엿보여서 꽤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Part Unknown' 시리즈엔 한국도 있어서 더 신이나서 봤던...

여행하면서 두려움없이 모든 음식들을 대하고, 스스럼없이 사람들과 소통하던 모습은 얼마나 멋졌는 데.

이 분의 요리책을 선물 받았을 때에도 정말 기분이 좋았는 데. 

어째서 죽음이란 선택을 했을 까.

사회적으로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하고, 프로그램도 인기많고, 얼마든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다가 아닌가보다. 

언젠가 자살은 나약한 인간이 하는 거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나약함을 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물론 힘든 순간들이 있을 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나약함이 맞을 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세상 모든 것이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래서 더이상 존재의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 다면, 

나의 존재 가치를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면.

이 세상에 그만 존재하고 싶은 결론은 그 사람의 선택일 수 있을 까.

어쩌면 우리는 단지 그 사람이 존재하지 않은 차집합의 상황이 싫은 것일 수 도 있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여집합이 어떤 곳인지 모른채로.

이기심일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아끼는 사람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자살이라는 거 동조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나도 엄청난 거라서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우리가 당사자의 마음을 하나하나 헤아릴 수 없는 것처럼,

그저 그 마음을, 이 세상에서 그만하고 싶었던 그 마음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싶지 만은 않다.

언젠가 나도 인어공주의 물거품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 것처럼.

사람들이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 생각해봤을 지도 모르는 이 마음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또 지나가기도 한다. 

그 시기가 지난 후, 어쩌면 괜찮아 진 경험때문에, 괜찮아 질 수 있다는 마음때문에- 그래서 막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그 당시엔 그 무엇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

빈 자리는 외롭지만, 더이상은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디 행복하고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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