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줄 수 없는 위로 오랜 만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평소엔 자신의 이야기부터 털어놓기에 바쁘더니, 오늘따라 웬일로 내 안부부터 먼저 물었다.이런 저런 이야기에 웃기도 하다가 비로소 꺼낸 네 얘기에 방금 전 내가 흘렸던 웃음조각을 다시 되돌려야만 할 것 같았다.떨리는 목소리를 바로잡으려 가까스로 만들어 낸 그 간격사이에서빨갛게 충혈된 네 눈동자가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아서. ......바로 달려가지 못해서,술 한 잔 함께 나누지 못해서,어깨를 다독여 주지 못해서,우리에게 당연할 그 쉬운 일 조차-하지 못해서미안하고.. 속상했다. 통화가 끝난 뒤,갑자기 지나온 무수히 많은 시간들을 훌쩍 뛰어넘어 그 새벽,기차역에서의 네 얼굴이 떠올랐다.그 날 넌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었고, 어.. 더보기 작은 말 안녕?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이야.2018년 3월 이후로 좀 힘든 일이 있었거든. 봄이 올 줄만 알았던 4월까지 시카고는 눈과 잿빛 하늘 때문에 괴로움은 더했어.내가 사랑하던 벚꽃 눈도 없고, 따스한 봄 햇살도 없는 이 곳...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삶이라고 불리는, 전혀 내 것 같지 않은 껍데기 같은 것을 영위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 였다면,더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금방 끝날 줄 알았던 이 일은 의외로 2019년까지 이어졌어.중간 중간 웃음짓게 하는 일이 없진 않았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삶의 버거움이라고 해야 할까?언제나 내 곁에서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어. 그 가운데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 한다는 거, 그게 조금은 힘겹고 무거웠어. 아니, 사실 아주 많이.정말 바라고 바라고 드디.. 더보기 고독의 양면성 *글이 미친듯이 쓰고 싶어졌다.아무 말이든지 자꾸 끄적이고 싶고, 나열되는 단어는 마구잡이로 뒤섞여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지 나도 모르겠다.얼마전에 어떤 사람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글을 읽었는데,정말 맘에 들어서 계속 그 사람의 글이 읽고 싶어졌다.만나고 싶고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졌다.그렇게 할 수 없으니새로운 글이 업데이트 되지 않았나 기웃거리고 있다. 밤은 또 늦어가고 있지만,지금 이 기분을 넘겨버리고 싶지 않다.마음에 드는 음악을 찾고 싶다.옛날 영화가 보고싶다. 사람도 그립다.옛 친구가 그리운 거겠지.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거겠지.술기운에 기대 가장 고조된 내 마음을 잠깐 꺼내보고 싶은 거겠지.또는 모든 고민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날을 불태우고 싶어서겠지. 고독에 대해서 생각했다.. 더보기 그 뒤에 *죽음 뒤에 있는 것은 뭘까.어느 누구도 지나칠 수 없는, 언젠가는 꼭 거쳐야 할 그 것.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알지 못하는 비밀. 이 세상에 오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하지만, 죽음은 선택 가능하기도 하다. 나라는 존재의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 까.이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보기 생의 한가운데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들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내용이 정말 맘에 들어서 영원한 소장용으로 갖고 싶어 구입하게 된 책.'생의 한가운데'맘에 드는 구절이 정말 많다.다시 읽어도 여전히 여운을 크게 남긴다.나는 니나의 어떠한 면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그녀와 같은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슈타인의 사랑은 비현실적으로 멋져서 나를 슬프게 했다.그래서 니나가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랬기 때문에 이렇게 숭고해질 수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삶과 죽음, 생.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더보기 호기심 * 우연 아닌 우연으로 들어가게 된 그곳에서,누군가의 글을 읽다가-나도 모르게 다음 글을, 그 다음 글을 끝없이 읽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 글 속에서 발견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랑비처럼 어느새 나를 적셨다.그리고잡힐 듯 말듯내 심장을 긁어댄다. 단지 활자를 눈으로 쫓았을 뿐인데,이런 기분을 느끼게 되다니. 궁금해.궁금해. 당신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져. 더보기 closed 목요일.3일만에 다시 나온 세상.여전히 모자 속 이마가 아리고,장갑 속 손끝은 시렸다. 그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안단테에서 모데라토, 어느새 알레그레토. 이윽고 다다른 그 곳에서 나를 맞은 건, 따스한 노란방이 아니라 굳게 닫힌 문 그리고 'CLOSED'. 아뿔사. 생각지도 못했다.나만 움직이면 언제든 열려 있을 줄 알았던 거다.극한을 날씨를 뚫고 왔지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가차없이 꺾인 희망과 기대는 굴뚝 밖의 연기처럼 차가운 공기 속으로 흩어져갔다. 방금전까진 이 곳에서 마실 따뜻하고도 고소한 라떼를 상상하며 입꼬리가 저만치 올라갔는데.지금은 속상한 마음만 한가득.인생이란 이런걸까.숨이 차도록 뛰었지만 저만치 멀어져 가는 기차는 더이상 따라잡을 수 없고, 홀로 남겨진 플랫폼에서 어.. 더보기 snow 한 밤에 눈이 오고나면, 눈을 떴을 때 발견하게 되는눈의 왕국이 바로 여기야. 평소보다 이른 아침에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건-아마도 누구보다도 먼저 내 발자욱을 찍고 싶어서. 손가락 사이를 할퀴고 콧등을 아리게 하는 시린 네가 나에게 준 선물. 슈거파우더처럼 폭신한 너에게 오늘도 제일 먼저 흔적을 남겨.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8 ··· 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