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극 오늘 날씨가 북극 날씨 만큼이나 춥다고 한다.일기예보에서는 밖에서 피부가 5-10분간 노출되면 동상에 걸린다고 한다.영화 'Home alone' 처럼 어쩌다 나혼자 남겨진 텅빈 집에수도꼭지를 약하게 틀어놓고, 보일러는 평소보다 약간 올려뒀다.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고요한 공기에 쉼없이 노크를 해댄다.어제도, 오늘도, 한 발자욱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학교도 이틀째 휴교 중이라 나가야 하는 목적을 상실했다.하지만 이 추위를 물리치고 핫초콜릿을 사 먹으러 나가고 싶다.하지마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니까. 숙제도 끝내버렸고,넷플릭스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봤지만-더이상 보고싶은 게 없다.화면도 스피커도 모두 꺼버렸다. 고요의 찰나는 불현듯 엄습했나 싶더니, 모든게 멈춰진 끝을 가로지르는 소리. 톡 톡.. 더보기
어떤 가설 안개로 자욱한 이 곳 너머로 보이는 그것은번한 휘선일까, 아니면 신기루일까. 이미 걸어온 길은 사라져버려,나는 무작정 앞으로 걷는다.누구에게도 추월되지 않는 시간에 기댄 채그저 주어진 길을 간다. 그 끝엔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나는 안다. 언젠가-모두의 영혼은 휘발되어,누군가의 숨으로 들이마셔 졌다가도 결국 다시 내뱉어질 운명이라는 거. 더보기
혼잣말 요즘은 내 자신의 앞가림도 힘들어서네 하소연마저 나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져.나도 그런일로 투정부려봤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야.하지만 내가 네 상황을 얕보는 건 아냐.. 그리고 그렇다고 비꼬는 것도 아니야. 그냥 내 처지가 달라서,그리고 지금은 나도 힘들어서, 너의 이야기를 낱말 하나하나 새겨,다시 내 머릿속으로 필터한 후에 비로소 나온 기막힌 조언이나 해답을 줄 자신이 없다는 얘기야.지금 나에겐 너의 얘기를 한치의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한 체 들어줄 여유가 없어.고단한 마음은 충분히 삐뚫어져서 너에게 좋지 않은 말들만 늘여 놓을 것만 같아. 더보기
애리조나와 시카고의 차이 또는 나의 고향과 시카고의 차이는, 산의 유무. 바다는 미시건 호수로 위안 삼을 수도 있지만, 시카고엔 산이 없다.가끔 고개를 들어 저 너머를 바라보면, 둥그런 산머루에 걸친 구름도 볼 수 없고, 다운타운의 높다란 빌딩만 하늘 속에서 경계를 그린다.그 때엔 이 곳이 마치 셋트장 같은 기분. 철저히 인공적이고 차가운 쇳덩어리로 이뤄진 거대한 공간. 그 속에 신의 작품은 없다. 늘 가까이 있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다가, 그것이 없는 상황이 생기고 나면비로소 그 존재에 대해서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것처럼,결핍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그것의 존재.결핍된 부재는 네 존재의 가치를 높였다. 더보기
삼겹살 디너 다시 시카고로 돌아왔다.한달동안의 겨울방학은 어느새 끝. 소주 대신 사케로 그리고 겨울맛이 느껴지는 맥주로 삼겹살 저녁을 맞이했다.사케의 끝맛은 달아서 소주에서 느껴지는 그 것과는 달랐다.차가운 소주에서, 적당한 그 날과 적당한 그 분위기에서 '달다'라는 느낌이 나는 그 것과는 아-주 달랐다.그래서 사케가 소주를 대체할 수 있겠다-라는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폰을 가져다가 연락처를 열고는 한참을 망설였다.지금 내가 느끼는 이 저녁시간이, 이 어둑어둑한 어스름도, 이 거무스름한 공허함도 그 곳에서는 화사한 햇살의 찬람함으로 다가설지도 몰라서.그냥 그게 싫어서.내가 만든 삼겹살이 한국의 맛일지라도,진정 그곳이 아니기에- 나는 그냥 이 곳의 이방인일 뿐이기에.지금 이 삼겹살과의 사케가 한국에서의 이자카.. 더보기
Sunset in Arizona 무엇이 이토록 가슴 저미게 만드는 걸까.소산하는 네 존재의 그리움 때문일까. 너는,넌,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이별. 더보기
Merry Christmas 지금 여기는 11시 51분.크리스마스 이브가 아직 9분이 남았다.메리 크리스마스 이브. 나에게,크리스마스는,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는.머릿속에 그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들뜨는 날.보통의 사람들처럼, 영화 'Love Actually'를 떠올리고,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이뤄질 것 같은, 마법같은 날을 그린다.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는 밤.잠시 도피처로 온 이 곳은, 시카고의 잿빛 겨울 하늘과는 달리,청량한 햇살만이 가득하고, 나는 모든 것을 뒤로 접어둔 채 황홀의 느림을 만끽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Last Christmas'를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들었다.지금도.왠지 이 곡을 들으면 흰눈과 겨울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걸. 그리고 잠시 생각해본다. 누군가가 물었던, 2019년은 어떤 한 해가 될지.무사히 졸업을 .. 더보기
길을 걷다가 가끔은 이 곳이 걷기 꽤 괜찮은 동네라고 생각되는 데, 거기에 이 집이 한 몫을 더했다. CHATEAU 1936 보통집들은 거리이름과 우편번호를 장식하니까,나는 궁금해진다.듣고 싶다. 어떤 이야기가 이 속에 있을 까- 프랑스에서 온 사람들?,아님 프랑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 순간 CHATEAU라는 이 알파벳은 글자가 아니라 나에게 무언가가 되었다.마치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