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hicago Life

그리운 이자카야

뭔가 이대로 집으로 가기 아쉬운 때엔 이자카야 가는 것을 좋아했다.

에다마메만 있어도 사케가 홀짝거려지고,

적은 분량이라도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걸 즐기는 난,

이자카야나 타파스바를 선호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부른 배에 왠지 곧장 집에 가기 싫어 정처없이 길을 떠돌다 발견한 작은 라멘집.

크지 않은 가게 규모가 맘에 들었고,

비가 오려는 지 제법 기온이 내려간 탓에 아늑한 주황 불빛에 더 이끌렸다.

가게 한구석 다찌 쪽에 자리 잡고 가게를 둘러봤다.

아무래도 라멘이 주 종목인 집이라 그런지 늦은 시간임에도 라멘을 먹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리웠던 위스키 하이볼로 일단 주문했다.

기대와는 달리 조금 맛이 달랐다.

진저비어를 섞은 듯 했다.

아무렴어때, 그래도 위스키 하이볼이라고 나와있었으니- 

그리고 추억을 마신다.

냉동고에서 칠링 된 잔에 담아주는 맥주.

아- 이런 서비스 한국 같잖아. 

그리워지잖아.

갑자기 이 곳이 더 살뜰하게 느껴져버렸다.

큐피짱 마요네즈 간판이 보인다.

저거 내가 젤 좋아하는 마요네즈인데- 하며 

쓸데없는 우연의 일치를 가장해본다.

배가 부른 탓에 라멘은 생략하고 주문한 챠슈덮밥.

내가 상상한 챠슈의 비주얼이 아니라 약간 실망했는데-

(왜에 라멘에 올려주는 비주얼로 하얀쌀밥 위에 올려진 그 걸 상상했었던 터라)

소스가 짜도 짜도 너무 짜다.

한 입 먹으면 절로 눈이 찡긋해질 정도니.


아- 모든 분위기는 만족스러운데, 음식과 하이볼의 맛은 뭔가 동떨이진다.

괜시리 그리움만 커져버렸다.

안타깝지만- 

그래도 언젠가 괜찮은 곳을 뜻하지 않게 만날지도 모른다고- 

맘을 다독이며 가게를 나섰다.

'Chicago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K-Dog  (0) 2018.05.03
봄날  (0) 2018.04.30
카프레제  (0) 2017.08.31
신부파티 bridal shower  (0) 2017.08.24
미시간레이크  (0) 2017.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