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평소엔 자신의 이야기부터 털어놓기에 바쁘더니, 오늘따라 웬일로 내 안부부터 먼저 물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에 웃기도 하다가 비로소 꺼낸 네 얘기에
방금 전 내가 흘렸던 웃음조각을 다시 되돌려야만 할 것 같았다.
떨리는 목소리를 바로잡으려 가까스로 만들어 낸 그 간격사이에서
빨갛게 충혈된 네 눈동자가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아서.
......
바로 달려가지 못해서,
술 한 잔 함께 나누지 못해서,
어깨를 다독여 주지 못해서,
우리에게 당연할 그 쉬운 일 조차-
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속상했다.
통화가 끝난 뒤,
갑자기 지나온 무수히 많은 시간들을 훌쩍 뛰어넘어 그 새벽,
기차역에서의 네 얼굴이 떠올랐다.
그 날 넌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었고, 어쩌면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막 내린 참이었는 데.
나 너를 말렸어야 했을 까- 하고 처음으로 그 때의 나에게 후회가 되려고 한다.
제발, 제발.
나 기도할께.
너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