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hemian rhapsody

해줄 수 없는 위로



오랜 만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평소엔 자신의 이야기부터 털어놓기에 바쁘더니, 오늘따라 웬일로 내 안부부터 먼저 물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에 웃기도 하다가 비로소 꺼낸 네 얘기에 

방금 전 내가 흘렸던 웃음조각을 다시 되돌려야만 할 것 같았다.

떨리는 목소리를 바로잡으려 가까스로 만들어 낸 그 간격사이에서

빨갛게 충혈된 네 눈동자가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아서.


......

바로 달려가지 못해서,

술 한 잔 함께 나누지 못해서,

어깨를 다독여 주지 못해서,

우리에게 당연할 그 쉬운 일 조차-

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속상했다.




통화가 끝난 뒤,

갑자기 지나온 무수히 많은 시간들을 훌쩍 뛰어넘어 그 새벽,

기차역에서의 네 얼굴이 떠올랐다.

그 날 넌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었고, 어쩌면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막 내린 참이었는 데.

나 너를 말렸어야 했을 까- 하고 처음으로 그 때의 나에게 후회가 되려고 한다.


제발, 제발.

나 기도할께. 

너를 위해.







'bohemian rhapsod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벨과 랍스터  (0) 2019.03.04
저번주  (0) 2019.02.22
작은 말  (0) 2019.02.08
생의 한가운데  (0) 2019.02.04
호기심  (0) 2019.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