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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봄 봄봄봄. 온몸으로 만끽하고도 모자람이 없는 가득 찬 햇살 덕에 겨우내 참아온 나무눈은 어느새 털옷을 벗어던지고 꽃을 피웠다. 목도리 없이도 바람을 맞이 할 수 있다는 것은, 봄이 왔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만연한 봄은 아닐 지라도 겨울은 지나갔다는 것을 솔솔 부는 봄의 입김을 통해 느꼈다. 뼛속까지 스미는 게 아닌, 살결을 사알짝 서늘히 스치는 이른 봄바람, 그리고 넘치는 햇살. 오늘은 전철까지 걸어가는 길이, 왜 영화에서 롱테이크 아웃으로- 내가 걷는 모습에서 천천히 포커스를 옮기며 나와 내 주변, 그리고 저 넓은 거리로- 봄을 즐기려 나온 사람들로 조금은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서서히 반짝이는 햇살의 하늘을 비추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그런 장면처럼 느껴졌다. 카메라에 담기에 이처럼 좋은 날이 .. 더보기
딜레마 ∞ 다른 나라로 가는 여행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나와 다른 언어로 소통되는 공간에서 오롯히 나혼자 누리는 배타적인 감정과 유니크해짐 때문이었다. '다르다'라는 것이 나에게는 '특별하다'로 다가왔기 때문였다. 하지만, 여행이 아니라 삶의 관점에서는 조금 달라진다. 모두가 쓰는 언어가 내 귓속을 파고들지 못하고 맴돌다 기관차의 증기처럼 공기 속으로 흩어져버리면, 마치 웅웅거리는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알 수 없는 진동과 리듬에 묻힌 언어를 찾다 그만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가끔은 이 곳에서, 단 한명이라도- 말이 통하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영화 'Lost In Translation'이 생각나는 날이다. 더보기
여수 밤바다 ★ 여수 밤바다엔 한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버스커버스커에 여수 밤바다를 들으면- 마치 내가 그 곳에 가 본 적이 있는 것 처럼, 자연스레 인적없는 까만 밤바다의 가로등 불빛 아래 내 모습이 그려진다. 아마도 나의 까만 밤 속 바다는 여수바다 보다는 부산 어딘가에 있는 바다에 가까울 테지만. 노래 속 여수 밤바다에서 내가 짐작하는 건, 시간은 어쩌면, 새벽 두시. 홀로 놓여진 그 밤바다의 잔잔한 파도가 너무 듣기 좋아서, 아니면, 몸 속을 흐르고 있는 적당히 기분 좋은 알코올 농도 때문에, 것도 아니면, 새벽녘 식혀진 바람 속 소금기 가득한 공기의 농도가 너무도 훈훈해서- 너에게도 그 향기를 전하고 싶어서. 노래가사가 너무도 공감돼. 전화를 하고 싶어지는 그 마음. 아마도 나도 들려주고 싶은 아름다운 이야.. 더보기
magic 12am. 오늘이 어제가 되고내일은 오늘이 되는 순간. 죽어있던 내면은 용오름처럼 솟아올라저기 봄이 오는 소리를 예감하고,살포시 어깨위로 떨어진 밤의 조각은팅커벨 가루처럼 가벼워. 지금, 여기단숨에 네버랜드. 더보기
바벨과 랍스터 §가끔씩은 조용한게 좋다가도또 어떠한 날은 집안이 몹시도 적적하게 느껴져서 이유없이 TV를 틀어 놓곤 한다. 한참 숙제를 하다가 잠시 고개를 돌려보니어떤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지만, 그 때엔 크게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아서 다시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처음에 어떻게 시작되었는 지는 모르겠지만-숙제문제가 제대로 안풀린 탓인지, 어느 순간 내 눈은 숙제를 하고 있던 노트북 스크린에서 티비 스크린으로 향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로코, 멕시코, 일본을 넘나들며 각자의 상황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는 데,제대로 보지 않았을 때는 대체 이 영화는 무슨 영화지? 하는 물음표만 잔뜩 안겨주었다.아무래도 드문드문 보다가 중간부터 제대로 보기 시작한 탓도 있었겠지만, 처음에 이상하리 만치 관계없어 보이.. 더보기
저번주 ​​중간고사 끝!! 그치만 해야할 숙제는 또 산더미- ​ 더보기
해줄 수 없는 위로 오랜 만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평소엔 자신의 이야기부터 털어놓기에 바쁘더니, 오늘따라 웬일로 내 안부부터 먼저 물었다.이런 저런 이야기에 웃기도 하다가 비로소 꺼낸 네 얘기에 방금 전 내가 흘렸던 웃음조각을 다시 되돌려야만 할 것 같았다.떨리는 목소리를 바로잡으려 가까스로 만들어 낸 그 간격사이에서빨갛게 충혈된 네 눈동자가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아서. ......바로 달려가지 못해서,술 한 잔 함께 나누지 못해서,어깨를 다독여 주지 못해서,우리에게 당연할 그 쉬운 일 조차-하지 못해서미안하고.. 속상했다. 통화가 끝난 뒤,갑자기 지나온 무수히 많은 시간들을 훌쩍 뛰어넘어 그 새벽,기차역에서의 네 얼굴이 떠올랐다.그 날 넌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었고, 어.. 더보기
작은 말 안녕?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이야.2018년 3월 이후로 좀 힘든 일이 있었거든. 봄이 올 줄만 알았던 4월까지 시카고는 눈과 잿빛 하늘 때문에 괴로움은 더했어.내가 사랑하던 벚꽃 눈도 없고, 따스한 봄 햇살도 없는 이 곳...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삶이라고 불리는, 전혀 내 것 같지 않은 껍데기 같은 것을 영위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 였다면,더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금방 끝날 줄 알았던 이 일은 의외로 2019년까지 이어졌어.중간 중간 웃음짓게 하는 일이 없진 않았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삶의 버거움이라고 해야 할까?언제나 내 곁에서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어. 그 가운데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 한다는 거, 그게 조금은 힘겹고 무거웠어. 아니, 사실 아주 많이.정말 바라고 바라고 드디.. 더보기